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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이문열

vegimil 2018. 2. 14. 21:07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책은 중학생 때 이미 읽은 책이었다. 그때는 제목의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읽었는데 고등학생이 되어 내용을 알고 다시 보니까 제목 하나는 정말 끝내주게 잘 지은 것 같다.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표현이 내 맘에 꼭 든다.

주인공 한병태는 아버지의 직장이 옮겨짐에 따라 서울에서 시골의 초등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었다. 병태는 교실에서 선생님보다 더한 권력을 쥐고 학교를 지배하는 엄석대라는 반장을 만나는데, 엄석대는 공부 잘하는 친구들의 시험지와 자신의 이름을 강제로 바꿔서 전교 1등을 하고, 주먹싸움에 능하며, 물을 떠다주는 물당번까지 있을 정도의 엄청난 권력자였다. 병태는 석대의 권력에 대항해보지만 오히려 선생님의 오해를 받거나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할 뿐이었다. 결국 병태도 반 아이들처럼 석대에게 굴복하게 된다. 병태는 석대의 갖가지 만행들을 선생님께 말하려고 노력하지만 석대가 병태를 자꾸 띄워주는 바람에 병태는 석대의 오른팔이 되어 학교생활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6학년이 되고 젊은 선생님으로 바뀌면서 석대의 권력은 점차 무너진다. 그러면서 아이들 모두가 석대에 대한 불만을 뿜어내게 되고, 선생님에 의해 엄석대의 잘못은 하나하나 드러나게 된다. 병태가 어른이 되어서 대기업에 취직했다가 그만두고 실업자가 됐을 때, 병태는 경찰에게 양손이 붙들린 엄석대를 만나게 된다. 그날 병태는 밤새도록 울면서 술을 마신다. 그후, 동창회에 참석하지 않고 화환만 보낸 엄석대를 본 사람은 없었다.

엄석대는 한때 학교를 휘어잡는 영웅이었지만 그 영웅은 권력을 손에서 잃자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26년 뒤 마주한 엄석대는 예전의 영웅이 아니라 구깃구깃 찌그러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일 뿐이었다. 제목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이 소설의 모든 내용을 가장 잘 함축한 단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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